듣기 훈련에는 비디오보다 오디오

언어 습득의 출발은 듣기다. 아이들이 듣기를 통해 모국어를 습득하는 데 2000~3000시간 정도의 절대 시간이 요구된다. 외국어인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도 그에 못지않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영어를 3년간 하루 2시간씩 듣는다면 2190시간, 3시간씩 듣는다면 3285시간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란 현실적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규 교육과정을 들여다봐도 우리나라 초등 영어는 192시간, 중학 영어는 288시간이 고작이다. 이런 여건에서 그나마 유아 때부터 영어 듣기 환경에 가급적 많이 노출시켜 주는 것이 영어 습득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듣기는 외국어 습득의 기초 활동=듣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언어 습득과정이다. 인간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천혜의 선물이다. 특히 유아기에는 모국어 음과 외국어 음을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고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다. 어떤 음이든지 들으면 그 음가를 정확하게 옮기고 알아듣는다. 주어진 외국어 소리를 듣고, 의미 있는 소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활동을 청각 청취(listening comprehension)과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영어권의 1분당 단어 발화 수와 쉽게 청취할 수 있는 수준은 135개 단어다. 이런 기초적인 원리를 모국어나 외국어 습득에 활용해 본다. <표1 참조>

◆놀이를 통한 듣기 훈련=까꿍 놀이(Peek-a-boo)를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 보며 재미있게 하면 된다. 엄마가 눈을 가리고 "Peeks(살짝가림)"라고 말하고 갑자기 얼굴을 내밀고, "Boo!(까꿍)"라고 말하면 아이는 재밌어한다. 이런 놀이를 응용해 엄마는 "Where is mom?"이라고 묻고, 아이가 "Here"라고 대답하게 한다. 이때 엄마는 "Here I am"이라고 말하면서 "Boo!" 라고 재미있게 큰 소리를 낸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Boo, surprise!"라고 말하면 더욱 재밌어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가 엄마가 "Peek-a-boo!"라고 말해보는 것도 아이를 재밌게 하는 방법이다.

◆전신반응법(TPR.Total Physical Response)을 활용한 단어 확장=엄마와 아이가 반대말 놀이를 한다. 엄마가 "happy"라고 말하면서 밝은 웃음을 보이면, 아이는 "sad"라고 말하고 우는 모습을 보인다. 엄마가 "stand up"이라고 말하면서 일어나면, 아이는 "sit down"이라고 말하면서 앉는다. 엄마가 "big"이라고 말하면서 큰 것을 가리키면, 아이는 "small"이라고 말하면서 작은 것을 가리킨다. 엄마가 "open"이라고 말하고 문을 열면, 아이는 "close"라고 말하고 문을 닫는다. 엄마가 "wet"이라고 말하고 젖은 타월을 가지고 오면, 아이는 "dry"라고 말 하면서 마른 수건을 가지고 오는 놀이는 대단히 흥미 있는 놀이다.

◆반복 듣기만이 최선="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영어 격언이 있다. 아이에게 영어를 반복해 듣게 하는 것이 언어 습득에 가장 효과적이다. 듣기 능력을 배양하고자 할 때는 집중력을 모으는 오디오가 비디오보다는 더 효과가 크다. 화면을 보면서 듣기 훈련을 시키면 듣기에 필요한 집중력이 산만하게 분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오디오가 지닌 학습도구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듣기 능력 성취는 잘 따라서 해보는 것이 첩경이다. 아이들에게 2000~3000 시간 듣기 입력은 중요하다. 그런 듣기 활동은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눠 연습하면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내용 파악, 확인, 연습 그리고 활용하기를 하면 된다.<표2 참조>


정동빈 중앙대 외국어대학장·교육대학원 조기영어 교육과장